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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공정거래법의 조문배열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개정이 이루어졌다. 금지청구제가 도입되고, 정보교환이 담합유형으로 추가되면서 동시에 추정사유가 되었으며, 경제력집중억제 관련 규제가 강화되거나 추가되었다.
주목되는 것은 기업결합이나 고전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처음으로 삭제된 사실이다. 각종 경제법규에 산재하는 형벌조항의 집행을 통하여 우리나라 검찰권력은 비대해졌고, 허다한 기업인이 온갖 사유로 범죄자가 되어 왔다. 독일과 프랑스로 상징되는 유럽연합 경쟁법이 경쟁사안의 형사범죄화를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민사와 형사의 준별, 공법관계와 사법관계의 구분이 시민사회의 자유를 지키는 요체라고 보기 때문이다. 민사와 형사의 구분을 알지 못한채, 무조건 사람을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처벌하는 일을 능사로 했던 동아시아적 전근대의 오랜 질곡을 거쳐온 우리가 유의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미국 연방대법원이 거듭 말하는 바와 같이, 공정거래법은 자유기업을 위한 마그나 카르타다. 공정성을 빌미로 한 공권력의 자잘한 간섭이 아니라 시장을 열고 기업활동의 자유를 진작하는데 그 본령이 있다. 개별 단위기업의 형태를 취하면서 다양한 영업분야를 아우를 것인가 아니면 여러 기업을 거느리는 기업집단 체제로 갈 것인가, 외부에서 아웃 소싱을 할 것인가 혹은 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내부화할 것인지 여부는 열린 시장에서 기업들이 행하는 자율적 경영판단에 속한다. 그리고 기업집단 차원의 경영을 부인하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제7판을 위한 작업에서 중심이 된 것은 전면개정을 반영하는 것이었으나, 새로 나온 판례를 추적하고 해석론의 추이 또한 살폈다. 오래된 판결례는 대체하고, 소비자법 분야도 조금씩 손을 보았다. 정성이 깃든 편집과 교정 작업에 깊이 감사하며, 전정 제7판의 간행을 도와 준 따뜻한 손길들 위에 하나님의 가호가 더하시길 삼가 기원한다.
2022. 1.
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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