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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관악에서 행정학을 강의한 지 19년째를 맞는다. 학기 수로는 이십여 회에 달하는 강의를 지속하면서 수강생들에게 늘 미안했던 것은 학부 신입생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교재 없이 피피티로 수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각론서를 중심으로 행정학의 핵심 내용을 전달하고 유관 행정사례를 소개하던 강의방식에서 2010년 이후부터는 course pack 형태의 교재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지만, 실제 책으로 출판되기까지는 그 이후 10년이 더 걸린 셈이다. 책을 발간하는 이 순간에도 이 책의 학문적 완성도에 대해 거듭 고민을 하였지만 오로지 수강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주기 위해 출판을 결심하였다.
1984년 풋내기 행정학도로서 저자가 수강했던 행정학개론 첫 수업 시간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行政과 行政學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고시 준비를 위해 이 수업을 신청한 학생은 나가달라던 元老 교수님의 말씀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당시 함께 입학한 동기들 130명 중 절반 이상은 행정고시라는 청운의 뜻을 품고 행정학과를 선택한 수험생이었기 때문이다. 추측건대 보편적 원리를 추구하는 학문적 세계와 사회적 수요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정책 현장을 구분하려는 학계 우위적 사고의 발로가 아니었을까. ‘행정학 입문’부터 ‘지식정보사회의 행정’, ‘공공행정의 이해’로 과목 이름은 바뀌었지만, 수강생 중 상당수의 학생이 공직을 생각하면서 저자의 수업을 듣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저자는 첫 수업 시간에 정부나 공공분야의 직무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 또는 정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교양 지식을 습득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는 인사말로 강의를 시작한다. 학문과 현장 실무를 분리해서 보던 스승의 고답적 시각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발언처럼 보이지만 정작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필요한 답을 얻어가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기들을 만나면 가끔 우스갯소리로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30여년 전 행정고시를 준비할 때 행정학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답안을 썼는지. 행정학에 담겨있는 지식은 경영학에서 다루는 맥도날드 사례나 현대자동차 사례와는 달리 체감의 접점이 넓지 않은 추상적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행정 현상은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교양시민이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분야이다. 행정학은 공공부문에서 나타나는 제반 현상, 정부조직과 공무원, 예산을 수반하는 각종 정책, 중앙부처와 산하기관 간의 관계 등에서 발생하는 행정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즉, 공공문제의 파악 및 해결 능력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정부운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행정학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본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한 행정학 교양 입문서로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행정과 행정학의 개념, 행정부의 구조, 행정과 정치 및 경영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행정학의 태동에서부터 행정이론의 발전과정을 정치?사회적 현상과 연계하여 설명하였다. 제3장에서는 행정학에서 추구하는 공공성, 형평성, 효율성, 민주주의 등 다양한 행정가치를 소개하고, 가치 간의 상충 문제를 다루었다. 제4장에서는 조직구조의 개념 및 체계, 전통적 계층제적 조직부터 수평적?매트릭스 조직까지 다양한 조직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제5장에서는 행정학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는 조직행태를 중심으로 인간의 욕구와 동기에 관한 이론들을 소개하고, 리더십과 추종자 정신(followership)을 함께 다루었다. 제6장에서는 공직체계와 더불어 채용에서부터 퇴직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인력관리를 경력개발 관점에서 살펴보았으며, 7장에서는 공직자가 준수해야 하는 행정윤리와 정치적 중립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제8장에서는 정책의 개념 및 구성요소와 함께 정책의제설정부터 정책결정, 정책집행, 정책평가 및 환류 단계까지 순차적으로 설명하고 관련된 정책이론을 소개하였다. 제9장에서는 국가재정으로서 조세 및 예산의 개념과 기능을 설명하고, 예산제도의 발전과정과 함께 예산이론을 검토하였다. 제10장에서는 정부 및 다양한 주체를 통해서 생산되는 공공서비스의 개념과 유형 및 공공서비스 공급방식을 소개하였다. 제11장에서는 지방자치와 분권화의 이론적 배경을 논한 후, 행정적?재정적?정치적 분권화를 다루었다. 제12장에서는 공공갈등의 유형과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갈등관리기법을 소개하였고, 마지막으로 제13장에서는 정부운영 효율화를 위해 도입된 민간의 기법을 설명하고, 성과관리제도를 단계별로 개관하였다.
이 책이 완성되기까지는 수많은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석사생으로 첫 강의조교를 맡았던 황덕연 박사부터 교통대학교 탁현우 교수, 강의조교에서 공무원으로 경력을 이어간 은승환, 윤지은 사무관, 현재 중앙부처에 재직하는 이기영 과장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본격적인 저서작업의 시작은 강의 녹취록과 피티를 종합해서 초고를 정리해 준 강원대 이광훈 교수 덕분이다. 최종원고가 완성되기까지 김권식, 손지은, 이동성, 최진섭, 오현주, 나혜영, 최경희, 최은영 박사가 각 장별로 검수를 하였으며, 신나윤 박사, 이혜연, 문소영, 박철언, 박지선, 홍재형, 지예슬, 전명진, 현승숙 연구원이 인용과 참고문헌 정리에 도움을 줬다. 편집과정에 도움을 준 이다경, 장수민, 원석찬, 김상우, 이한나 원생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워낙 오랜 기간 저서 작업이 진행되다 학생들에게 배포된 복사본과 유사한 문서가 발견되기도 해서 오해와 우려의 소지가 없는 바는 아니지만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전달보다는 강의를 위한 교재로서 활용하고자 하는데 이 책의 목적이 있음을 널리 이해해주기 바란다.
눈 쌓인 관악캠퍼스에서
저자 박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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