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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우리나라 현행 법률의 대부분이 행정법이지만 육법전서(六法全書)에 행정법이 포함되지 않은 까닭은 행정법의 일반법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행정법 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행정기본법이 비로소 제정되었다. 물론 많은 기대와 달리 이미 판례나 학설을 통해 정립된 것을 법문언으로 정리한 수준에 그친 점은 매우 아쉽다. 그래도 행정법의 일반법이 제정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가 있다. 특히 이의신청제도나 재심사청구제도는 그간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것을 입법화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다.
사실 그동안 행정법의 일반법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것은 ‘헌법’이었다. 이 때문에 헌법과 행정법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행정법학의 출발이었다. 헌법과 행정법의 관계에 관한 선행연구들은 주로 “헌법 원칙과 행정법의 원칙”을 비교하거나, “헌법재판과 행정재판의 관계”를 살펴보는 분석 틀을 사용하였다. 나름 의미있고 현실적인 접근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헌법과 행정법 모두 법치주의와 법치행정이라는 태생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헌법재판과 행정재판은 절차적․제도적 차이는 있을지언정 권리구제라는 본질적 목적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 틀을 사용할 경우 헌법과 대비되는 행정법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헌법과 행정법의 관계를 보다 가시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헌법학과 행정법학의 탐구대상이 무엇인지, 헌법과 행정법은 상호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헌법과 행정법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이른바 憲(國憲)이다. 물론 헌법학과 행정법학 어디에도 國憲에 관한 이론을 따로 떼어 연구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국헌학, 헌법학, 행정법학이 병렬적으로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국헌학은 별도로 존재하는 학분 분야가 아니라 “국헌이론+헌법전 해석론=헌법학”, “국헌이론+행정법규 해석론=행정법학”으로 보아야 한다. 물론 국헌, 헌법, 행정법은 계속해서 상호 연동하며 발전한다.
국헌을 구체화한 것이 헌법이고, 헌법의 위임에 의해 국헌을 구체화한 것이 행정법이다. 행정법은 정치권력(의회)에 의해 국헌의 원리를 구체화할 뿐만 아니라 국헌의 원리를 계속해서 수정․보완한다. 이렇게 수정․보완된 국헌의 원리는 또 다시 헌법과 행정법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행정법은 “화석화되어 있는 헌법전의 규정을 구체화하는 법”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권력분립의 원칙상 국헌의 원리와 위임원칙에 의해 행정법이 법원의 통제(위헌통제)를 받아야 하지만, 이러한 법원의 통제로부터 행정의 독자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행정법학의 사명이다. 이번에 제정된 행정기본법이 이러한 행정법학의 사명을 투영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 향후 학계의 의견 수렴을 통해 발전적 개정작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제3개정판은 행정기본법의 규정사항을 모두 반영하는 것에 주력하였다. 이외에도 판례 동향을 분석하여 변경되었거나 새로 나온 판례를 반영하였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제3개정판의 출간을 기꺼이 허락해 주신 안종만 회장님, 안상준 대표님, 편집부 이승현 선생님, 출간을 기획해 주신 정연환 선생님, 그리고 표지 디자인을 멋있게 만들어 주신 이수빈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22년 7월
잠원동 우거에서
저자 김민호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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