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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오늘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원자(atom)를 최소 단위로 하는 물질의 세계가 비트(bit)로 구성된 정보의 세계로 전환되어 새로운 가상공간을 창출하는 기술혁명을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결과 실재세계와 가상세계의 통합으로 언제 어디서나 물질의 흐름과 정보의 흐름을 통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세계로 점증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의 전체 구조에서 중대한 변화, 즉 심대한 구조적 조정(DSAs)이라고 불리는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디지털경제론은 범용기술(GPT)로서 디지털 기술혁명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설명하고 이해하려는 새로운 학문 분야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복잡한 디지털경제 현상을 간단한 이론으로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은 사실상 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만 디지털경제 현상의 복잡함 속에 숨어 있는 기본 원리를 찾아 이해하려 노력할 뿐이다.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다양하고 심도 있게 이루어진 디지털경제에 관한 연구 업적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론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였다. 총 4편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디지털경제 관련 주요 이슈들을 가급적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하였다.
제Ⅰ편에선 디지털경제의 기본 원리에 대해 살펴본다. 디지털재는 그 특성상 두 번째 단위 이후의 생산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내재적으로 비경합적인 디지털재는 한 번 생산하면 영구적으로 존재하며 수정 또는 보완하기가 매우 편리한 특성을 지닌다. 디지털경제는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므로 네트워크 외부성은 디지털경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경제 원리가 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외부성으로 인해 초기진입자우위(first-mover advantage)의 발생 가능성이 높고, 호환성(compatibility) 및 표준화(standardization)가 중요하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날 때에는 티핑(tipping)과 잠김(lock-in)이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고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발생한다.
제Ⅱ편에선 디지털재의 가격 결정 방식에 대해서 분석한다. 디지털재의 비용 구조상 단일 가격의 책정으로는 생산비용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 경우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이 필요해진다. 디지털재는 보완성을 갖는 상품들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어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묶음판매(bundling) 및 끼워 팔기(tying)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구매 이외에도 디지털재의 경우에는 공유(sharing)나 대여(renting)의 방식으로도 소비가 이루어진다. 더 나아가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의 전환으로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등장도 예견된다. 무언가 디지털화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공짜 버전이 되는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되면서, 가격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사회적 관계의 복잡한 조합에 의해 규정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등장하고 있다.
제Ⅲ편에선 디지털 전환과 경제성장에 대해서 고찰한다. 애덤 스미스는 분업과 특화에 의한 기술 진보가 경제성장의 원천이라고 갈파했다. 외생적인 기술 진보율에 따라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신고전주의 이론과는 달리, 내생적 경제성장이론에서는 지식의 비경쟁적 요소와 함께 파급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범용기술(GPT)로서 디지털 기술은 경제 전반에 걸쳐 그 용도의 다양성과 그들이 생산하는 경제적 산출량의 극적인 증가로 훨씬 더 복잡한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서는 구조주의자-진화모형의 분석 틀을 활용하여 오늘날 디지털 전환에 따른 새로운 정책적 도전들과 혁신적 기회들에 대해서 고찰한다.
제Ⅳ편에선 디지털경제의 동력에 대해서 조명한다. 지적재산권 제도는 다양한 지적 재화의 창조를 장려함으로써 디지털경제의 동력으로서 기술 진보에 기여한다. 디지털 전환으로 국경을 초월한 서비스 공급이 쉬워져 서비스들은 그들 자신의 권리로 점점 더 많이 거래되는 반면, 상품 생산에 중요한 투입물로서도 역할을 한다. 초연결 디지털 무역은 기회와 편익을 포괄하는 글로벌 시너지를 실현하고 공유함으로써 디지털경제의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필자는 지난 20년 동안 강의한 디지털경제론의 주요 내용들을 토대로 최근의 주요한 변화들을 담아서 본서를 출간하게 되었다. 부족하지만 이 책이 디지털경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유익한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의 출간을 독려해준 박영사의 장규식 차장님과 편집을 담당해준 강진홍 님을 비롯한 편집부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이 책의 모든 부족한 부분은 전적으로 필자의 몫이며, 앞으로 독자들의 많은 지도와 편달을 통해 꾸준히 개선해나갈 것임을 밝혀둔다.
2021년 9월
윤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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