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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2000년대 초반 한국피해자학회의 학회지인 ?피해자학연구?에 실린 일련의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에 회복적 사법의 이념과 제도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논의되었는데, 이는 1998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제12차 세계범죄학대회에서 캐나다?호주 등 외국 학자들이 회복적 사법에 대하여 발표한 것이 그 촉매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검찰의 형사조정제도와 같이 회복적 사법의 이념을 형사사법 실무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학계나 실무계에서 널리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회복적 사법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회복적 사법의 이념을 널리 확산시킬 목적으로, 2010년 10월 19일 회복적 사법포럼(Restorative Justice Forum, 이하 ‘RJ 포럼’이라 한다.)이 창립되었는데, 이는 회복적 사법에 대한 저변이 매우 좁았던 당시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의미 있고 시의적절한 일이었다.
RJ 포럼은 지금까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달 진행되어 왔는데, 학계는 물론, 법원?검찰?경찰?보호관찰?소년보호?교정 등 형사사법 분야와 민간의 다양한 연구자와 실무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일본?미국?독일?대만 등 외국의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국제포럼을 개최하는 등 외국과의 교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회복적 사법을 소개하고 정착시키기 위하여 앞만 보고 달려온 RJ 포럼은 2020년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2020년은 회복적 사법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서 더욱 뜻깊은 해였다.
지난 10년 동안의 우리나라에서의 회복적 사법 동향을 회고해 보면, 정말로 강산도 변할 정도로 크게 변화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RJ 포럼이 있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실제로 RJ 포럼의 지난 10년 간의 활동은 우리나라에서의 회복적 사법 관련 연구와 실천의 저변을 넓히는 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 RJ 포럼의 회원들은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학교폭력, 청소년 문제, 이웃 간 분쟁 등 우리 사회에 대두한 여러 형사정책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회복적 사법의 이념에 기반한 해결방식과 실천프로그램을 직?간접적으로 소개하고 제공하였다. 최근에는 회복적 사법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실천하고 있는 실무 및 민간단체의 관계자들을 교육?평가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하였던 RJ 포럼의 지난 10년 동안의 회복적 사법 실천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본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전적으로 일본 RJ 연구회를 이끌어 가는 타카하시 노리오(高橋則夫)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님의 뜻밖의 제안과 애정 어린 관심에 힘입어 출간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교수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RJ 포럼으로서도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정리하여 국내?외에 소개할 필요성을 느끼고 책자 발간을 기획하고는 있었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던 중에, 타카하시 교수님으로부터 일본에서 책을 발간하여 우리나라의 회복적 사법의 동향을 소개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에서의 동시 발간을 목표로 일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발간까지 많은 시일이 걸려 이제서야 먼저 우리나라에서 발간하게 되었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랄까 이러한 의도치 않은 지연으로 인해 오히려 RJ 포럼 창립 10주년, 회복적 사법 소개 20주년을 기념하는 출간이 되어 더욱 뜻깊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에서의 회복적 사법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소개하기 위하여 가능한 한 현재 시도되고 있는 회복적 사법 관련 분야의 많은 주제를 다루었다. 이를 통하여 우리나라에서의 회복적 사법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발간 기획 당시 논의되었던 주제인 ‘성범죄와 회복적 사법’을 다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의 관련 연구와 실천이 아직 미흡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개정판에서는 이 주제에 대한 논의도 추가되기를 기대해 본다.
어려운 출판계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출간해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 조성호 이사님, 그리고 오랜 기간 편집과 교정을 맡아주신 이승현 과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아울러 발간작업이 지연됨에 따라 법률의 개폐, 제도의 변화, 통계자료의 추가 등의 작업이 수반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마다 책의 완성도를 위하여 흔쾌히 수정?보완을 계속하면서 적극 협조해주신 집필자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21년 10월
RJ 포럼을 대표하여 조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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